유안진 - 지란지교를 꿈꾸며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 두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나는 될수록 정직하게 살고 싶고, 
내 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해서 
그저 제자리서 탄로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바랄 뿐이다. 

 
나는 때로 맛있는 것을 내가 더 먹고 싶을테고, 
내가 더 예뻐보이기를 바라겠지만, 
금방 그 마음을 지울 줄도 알것이다.
 
때로 나는 얼음풀리는 냇물이나
가을 갈대숲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 

 
우리는 흰 눈속 침대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에
더 매력을 느끼려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다.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베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하되 미친 듯,
몰두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 같아서 
요란한 빛깔도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의 흰구름을 바라보다가, 
까닭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기도 하겠고, 
그도 그럴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는 때로 울고 싶어지기도 하겠고, 
내게도 울 수 있는 
눈물과 추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추억이 있으나, 
늙는 일에 초조하지 않을 웃음도 만들어 낼것이다. 

 
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프지않게, 
가지는 멋보다 풍기는 멋을 사랑하며, 
냉면을 먹을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 
스테이크를 시킬때는 여왕처럼 품위있게, 
군밤은 아이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때는 백작보다 우아해지리라.
 
우리는 푼돈을 벌기위해
하기싫은 일을 하지않을 것이며,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않고
살고자 애쓰며 격려하리라.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中